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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이 매 방송마다 전 부인 윤여정을 소환하고 있다.
이 모습이 마냥 달갑지 않은 것은 한쪽의 일방적인 시선이기 때문이다.
4월 20일 방송된 KBS 1TV '아침마당'에서는 화요초대석 게스트로 가수 조영남이 출연했다.
이날 조영남은 자신의 이혼 이야기가 나오자 "내가 왜 애들을 두고 바람을 피웠을까 후회된다. 지금은 미안하고, 사죄의 마음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자연스럽게 전 아내이자 배우 윤여정이 언급됐고 조영남은 "윤여정이 나오는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챙겨보냐"는 질문에 "챙겨본다. '미나리'는 개봉 첫날에 봤다"고 답했다.
또한 조영남 여사친으로 출연한 유인경은 "이장희 선생님과 윤여정 선생님이 초등학교 동창이시다. 근데 조영남 선생님이 윤여정 선생님을 못 잊고 있으니까 '몰래 꽃을 보내라. 진심이 통할 것'이라고 해서 꽃을 보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꽃이 두 번인가, 세 번째 간 날 윤여정 선생님이 한 번만 더 가져오면 경찰에 신고할 거라고 하셨다"며 "남자들은 잘 모르시는 게 여자들은 남편이나 전남편이 보낸 꽃다발을 정말 싫어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영남과 윤여정은 지난 1974년 결혼했다. 당시 영화 '화녀' '충녀' 드라마 '장희빈' 등으로 날개를 달기 시작했던 윤여정은 조영남과 결혼하며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조영남의 외도로 인해 두 사람은 1987년 파경을 맞았고, 이후 윤여정은 두 아들을 홀로 키우며 배우 활동을 재개했다.
문제는 조영남이 다수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매번 윤여정을 언급한다는 점이다. 윤여정은 최근 영화 '미나리'로 미국 배우 조합상(SAG) 및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최초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거머쥐며 오스카 수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조영남의 언급으로 윤여정은 '배우'가 아닌 '전부인' '이혼한 여성' 등으로 다시금 대중에게 회자되고 있다. 윤여정 본인의 사회적 커리어가 아닌 사생활로 오르내리게 된 것이다.
각자의 속사정은 서로만 아는 진실이겠지만, 일방적으로 한쪽에서만 입장을 밝힌다면 또 다른 상대는 난감해진다. 그러나 '아침마당'에서 유인경이 말한 내용처럼 윤여정은 조영남의 꽃다발을 거부했다. 그럼에도 조영남은 또 다시 윤여정을 언급했고 두 사람의 이혼 과정은 대중에 회자됐다.
사실 이혼한 부부가 서로를 언급하는 것은 마냥 터부시 되는 일은 아니다. 최근 이혼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유연해지며 과거 이혼이 흠이자 감춰야 하는 실수 정도로 취급됐다면, 지금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라는 프로그램이 등장하며 이혼한 부부들의 새로운 관계성을 제시했다.
당시 '우리 이혼했어요'에 출연했던 유튜버 최고기는 전 아내이자 동료인 유깻잎과 딸 솔잎이를 위해 여전히 교류하고 있음을 밝혔다. 프로그램 종영 이후에도 최고기는 유깻잎과 함께한 가족 데이트 일상을 공개했다. 또한 최고기가 최근 열애 사실을 고백하자 유깻잎은 "알고 있었다. 응원한다"는 뜻을 전하며 서로에 대한 존중을 표했다.
이처럼 이혼 후 상대방을 언급하는 것은 한때 마음을 같이했던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바탕이 된다. 조영남이 매 방송마다 윤여정을 소환하는 것이 불편해지는 이유는 한쪽의 일방적인 반성과 후회라는 인상을 지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영남이 준비한 꽃다발은 윤여정을 향한 미안함과 응원의 뜻이었을 터다. 다만 이는 상대방 역시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호의가 된다. 준비되지 않은 상대에게 안겨주는 꽃다발은 '고마움'이 아닌 '부담감'만 남는다.
마치 대학교 시절 복학생이 신입생에게 할 법한 '서동요 기법'이다. 주변을 향해 상대에 대한 연정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자신이 뜻하는 바대로 자연스럽게 핑크빛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란다는 의미다. 조영남은 이처럼 윤여정에 대한 일방적인 짝사랑을 고백하며 자연스럽게 화해하길 바라는 눈치다. 상대방의 속마음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
각자 이혼에 대한 속사정이 있다. 속 시원하게 털어놓고 싶은 부분도, 감추고 묻어두고 싶은 기억도 있을 터다. 두 사람이 함께 얽혀있는 관계에선 서로에 대한 시선은 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함께 뜻을 같이 했던 부부라면, 끝을 맺은 관계일지라도서로에 대한 입장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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